핀트레터 [주식판 내돈내산]편에서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들이는 ‘자사주 매입’에 대해 다루었어요. 그런데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사실 아세요? 바로 유상증자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주가를 떨어뜨릴 수도 있는 자사 주식 발행은 왜 하는 걸까요?

유상증자, 그게 뭐라고?

회사의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기업이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는 행위를 유상증자(Capital Increase With Consideration)라고 해요.

신규 주식을 무료로 나눠주면 무상증자, 유료로 팔면 유상증자가 되는 거죠. 유상증자를 할 경우, 기존 주주나 제3자는 새로 발행된 주식을 현금이나 현물로 사고, 신주 자금이 회사 자산에 편입돼요.

무조건 악재인가 ☠

자사주를 매입하면 주가가 올라가듯, 유상증자를 하면 주가가 내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유상증자 이후 일반적으로 주가가 떨어지는 이유는, 전체 주식 수가 늘어나서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이 희석되기 때문이에요.

주가 떨어져도, 돈은 필요하니까!

앞서 유상증자의 목적은 보통 자본 조달이라고 했는데, 대표적인 자본 조달 방법으로는 1) 은행 차입 2) 회사채 발행 3) 유상증자 이렇게 세 가지가 있어요.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 하락 위험을 무릅쓰고 유상증자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은행 차입이나 회사채 발행은 빚을 내는 것이니 재무 상태표의 부채로 잡히고, 이자 부담도 늘어나요. 회사의 신용등급이 높아서 돈을 싸게 빌린다면 문제가 없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비싼 이자로 돈을 빌려야 할 수도 있고요.

반면에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빚이 아닌 자본금으로 잡히기에, 재무 건전성에도 도움이 되고 신규 사업 투자 및 설비 확장 목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어요. 또 사업에서 이익을 못 내는 상황에서 기존의 빚을 갚아야 하는 경우도 유상증자의 이유가 될 수 있어요.

결과가 어땠냐면요…

국내 시장에서 진행된 유상증자의 사례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2023년 5월만 해도 상장 기업 중 스무 곳 이상이 유상증자 공시를 했고 여기엔 코스닥 상장사가 많았어요. 채무 상환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한 피씨엘(A241820), 엔브이에이치코리아(A067570) 등은 공시 직후 주가가 폭락했어요.

엔비디아, 유상증자에도 끄떡없어 💪

미국에서도 유상증자는 빈번히 일어나고 있어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기업들의 사례를 볼게요. 먼저 엔비디아(NVDA)는 2023년 2월 28일에 100억 달러 유상증자를 공시했어요.

일반적으로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지만, 엔비디아의 경우는 달랐어요. AI의 유행에 따른 업황 기대심리가 반영되어 유상증자 발표 다음 날만 2.2% 하락했을 뿐, 그 이후로 주가는 꾸준히 올랐어요.

테슬라 🚗
유상증자 중독은 아니겠지?

테슬라(TSLA)는 2020년 2월에 20억 달러, 9월과 12월에 각각 50억 달러로 연간 3회에 걸쳐 총 120억 달러 규모 유상증자를 공시했어요. 주가가 크게 오른 상태에서 유상증자를 진행했는데, 그 이유로 주가가 오른 다음 유상증자를 해야 최대 주주 일론 머스크의 지분이 희석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요.

메타와 애플 🍎
자금조달 방법은 ‘회사채 발행’

나스닥 시가총액 상위 기업인 엔비디아와 테슬라는 자금조달을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한 반면, 빅테크 기업 메타와 애플은 2023년에 각각 85억 달러, 5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어요. 애플은 국채(만기가 가장 긴 발행물 기준) 대비 108bp, 메타는 192bp의 가산금리를 적용받아 비교적 낮은 이자로 자금을 끌어올 수 있었어요.

엔비디아, “A등급도 금리는 버거워”

애플의 회사채 발행, 엔비디아의 유상증자처럼 자금조달 방법이 서로 다른 이유는 신용등급에 따른 가산금리 차이 때문일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에요.

S&P 글로벌 기준으로 A등급 신용에 수익성까지 좋은 엔비디아에게도 금리는 부담스러웠을 거라 추측하는 것이죠. 그런 만큼 이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대부분 기업에게는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이 더 어려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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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금융 시장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주제들은 너무 많아서 혼자서 꾸준히 추적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앞으로도 확인해 봐야 하는 주제가 있다면 핀트레터에서 다룰 테니 함께 차근차근 알아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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