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상식, 핀트레터
주식판 ‘내돈내산’
2023. 06. 05
미국과 일본 내 여러 기업의 자사주 매입에 관한 기사가 나오고 있어요. 러셀 3000 지수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기업들의 올해 자사주 매입계획은 약 790조 원 규모예요.
애플은 1분기에만 25조 원을 썼다고 하고요. 이처럼 경기 불확실성이 깊어져 가는 요즘, 대부분 기업이 공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중이에요.
👉 Editor’s comment
러셀 3000 지수(Russell 3000 Index)
1984년 미국의 투자회사인 러셀 인베스트먼트에서 만들어 낸 주가지수로 미국 주식시장 상장 기업 중 상위 3000개의 주가를 추종.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그래서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인 기업들의 행보가 특히 눈에 들어오는 상황이에요.
S&P500 지수, 다우존스지수 데이터에 따르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플랫폼스 등 빅테크 기업들이 특히 자사주 매입에 발 벗고 나서는 중이죠.
5월 말 기준으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서비스하는 메타 플랫폼스 주가는 올해 100% 넘게,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주가는 30% 이상 올랐어요. 효율성 높은 비용 절감, 실적 개선 등도 주효했지만, 자사주 매입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어요.
기업들이 투자나 고용 확대가 아닌 자사주 매입에만 몰두하자, 이를 보다 못한 바이든 대통령이 들고 일어섰어요. 자사주 매입 시 1% 세율을 부과하고 향후에는 이를 4%까지 올리겠다고 한 거죠. 지금까지 큰 효력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요.
도카이도쿄 조사센터에 따르면,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들은 5월 1일부터 19일까지 약 3조 2000억 엔, 우리 돈으로 약 30조 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어요.
5월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자사주 매입 금액이 월간 기준 최고 기록이었던 3조 1000억 엔을 넘어선 거죠. 최근 일본 기업들의 활발한 자사주 매입은 일본 증시를 이끄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요.
자사주 매입이란 회사가 회사자금으로 자기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의미해요. 회사는 사업과 투자를 하면서 벌어들인 돈을 크게 3가지 형태로 사용할 수 있어요.
1. 추후에 쓰기 위한 용도로 사내 유보금 처리
2. 배당금 형태로 주주들에게 지급
3. 자기회사 주식 매입
여기서 사내 유보금 처리는 배당금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과 달리, 회사의 미래를 대비해 현금을 남겨두는 것으로 그 성격이 달라요. 그에 반해,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은 서로 닮은 듯 다른 점이 많고요.
이론상으로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은 동일한 효과가 있어요. 발행된 주식이 100만 주에 시장가치가 100억 원인 회사를 떠올려 보세요. 이 회사가 10억의 배당금을 지급한다면?
시장가치는 90억 원으로 떨어지고 주가는 9000원이 되지만, 기존 주주는 배당금으로 1000원을 받았기 때문에 주주들이 얻는 주당 가치는 그대로 만 원이에요. 반대로 10억 원을 자사주 매입하고 소각한다면?
시장가치가 90억 원으로 떨어져도, 발행주식 수는 90만 주가 되기 때문에 주가는 그대로 만 원을 유지하죠. 하지만 이론상으로 그렇다는 뜻일 뿐, 실제 시장에서는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을 똑같이 보진 않아요.
배당금엔 세금이 붙어요. 국내 주식의 경우 배당금을 받으면 주주는 소득세 14%, 지방소득세 1.4%, 총 15.4%의 세율이 적용된 세금을 내야 하죠.
자사주 매입 시 사들이는 주식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해당 기업이 자사주를 보유하는 한 의결권 가진 주식 수가 줄어 기존 주주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반영돼요.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 그사이에는 또 다른 점이 있어요. 사람들이 둘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차이점이죠. 배당금은 회사 정책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실적에 연동해서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에요. 하지만 해당 분기나 연도에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해도 배당금을 확 늘리긴 어려워요.
그 이유는 흔히 사람들은 배당금이라고 하면 꾸준하게 일정한 금액을 주는, ‘정기성 띠는 인센티브’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에요. 배당금이 한번 늘어 났다가 실적이 좋지 않아 금액을 줄이거나 미지급하는 경우에는 주주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는 거죠.
이러한 배당금과는 달리, 자사주 매입 소식에 사람들은 대체로 무던한 반응을 보여요. 가끔 일어나는 일시적 이벤트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배당금은 실적과 무관하게 지급할 수 있는 선에서 정하고, 남는 현금은 사내 유보금 처리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는 형태를 취해요.
시장에서 주식이 적정가 이하에 거래되고 있다는 판단이 서면 자사주를 매입할 수도 있어요. 회사 입장에서는 추후 주가가 올라갔을 때 팔면 이익을 볼 수 있으니까요.
자사주 매입의 대표적 경우
1. 높은 실적을 기록하여 잉여 현금을 확보한 경우
2. 적정가 이하에서 주식이 거래되고 있는 경우
3. 단기적으로 주가를 띄우기 위한 경우
4. 주식 신규 매수를 유발하기 위한 경우
이 외에도 단기 주가 부양을 목적으로 자사주 매입이 이뤄지기도 해요. 자사주 매입 발표 후 회사에서 대량 매수가 이루어지면, 이렇게 취득한 자사주는 더 이상 시중에 유통되지 않아요. 결과적으로 시장에 공급물량이 감소하면서 주가는 올라가죠.
또한 자사주 매입은 시장에서 호재성 공시로 인식, 투자자 신규 매수를 유발해요. 기업이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매입하겠다고 나서면,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좋지 않은 상황을 무마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이번 핀트레터에서는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자사주 매입을 다뤘어요. 이 같은 작동 배경을 알고 나면 자사주 매입이 일으킬 주가의 흐름을 예측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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