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상식, 핀트레터
킹달러, 더 이상 킹 받지 마세요
2023. 10. 16
1,350원/달러. 안정세를 찾아가는 듯 보이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금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요. 각 나라 환율에는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데요. 경상수지나 외화 보유액, 중앙은행의 기준 금리나 장기물 국채 금리 등이 주 요인이에요.
이번 환율 상승세에는 더 확대된 한미 금리차와 미 국채 10년물 금리 급등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어요. 이번 핀트레터에서는 환율 변동이 핀트 투자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볼게요.
ETF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추적하는 기초 지수는 같은데, 서로 다른 이름 가진 ETF를 보신 적 있을 거예요. 한 예로, TIGER 미국S&P500(이하 ‘TIGER’)과 KODEX 미국S&P500(H)(이하 ‘KODEX’)이 있어요.
이 둘은 공통적으로 S&P(스탠더드 앤드 푸어스)에서 산출하는 S&P500 지수와 가격 변동이 유사하게끔 운용되는 ETF이죠. 두 ETF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을 보면, TIGER는 -0.18%, KODEX는 -4.82%를 기록했어요.
같은 기초지수를 추적하는 ETF인데도 수익률이 크게 차이 나는 이유가 뭘까요? 비밀은 ETF 이름 끝에 붙은 ‘(H)’에 있어요. 여기서 H는 ‘Hedge’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해당 ETF가 환율 변동에 대한 헤지, 즉 가격 변동 위험성을 상쇄하는 ETF라는 걸 뜻하죠.
이처럼 환율 헤지를 수행하는 ETF는 가격 변동을 관리하기 위한 별도의 파생상품을 편입해서 운용하는 게 핵심이에요. 원/달러 FX 선물 같은 장내 파생상품, 혹은 크로스-커런시 스와프(Cross Currency Swap) 같은 장외 파생상품이 여기에 해당해요.
👉 Editor’s comment
원/달러 FX 선물
미래의 지정된 날짜에 구매 날짜에 결정한 가격으로 한 통화를 다른 통화로 교환하는 선물 계약.
크로스-커런시 스와프 (Cross Currency Swap)
서로 다른 두 통화로 표시된 이자 지급과 원금을 교환하기로 당사자 간에 합의한 형태의 장외 파생상품.
이러한 파생상품을 이용해 환율 변동분이 제거된 기초지수 수익률과 같은 ETF 수익률을 얻게 되는 거죠. 즉, TIGER와 KODEX 중 TIGER가 더 높은 수익률을 보인 건, 최근 3개월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였던 탓에 환 노출 상품인 TIGER가 환율을 따른 데서 비롯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어요.
얼핏 보면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제거하는 환 헤지 상품이 환 노출 상품에 비해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예요. 일반적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할 때 달러 가치는 높아지는 경향을 띠어요. 그리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주요 증시가 하락세에 놓인 경우 많이 일어나고요.
역으로 생각하면 환 노출 상품은 이처럼 주요 증시가 하락할 때, 원/달러가 상승하면서 일종의 보험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어요. 마치 주식과 장기 채권의 관계처럼 분산투자 효과를 내는 거죠. 이렇듯 환 노출 투자가 가지는 장점도 분명해요.
요즘 뜨고 있는 인도, 터키 등 신흥국 시장 투자는 어떨까요? 환 노출 시 그 변동성은 달러보다 클 수 있으니 환 헤지가 중요해요. 동시에 신흥국 통화의 헤지 비용이 커질 수도 있는 문제점이 있죠.
여기에 더해 주로 국내 상장된 ETF는 환 헤지 상품이 많아 연금 저축 계좌 등에 활용할 ETF 종목들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어요. 반면, 해외 상장 ETF를 매매하면 자연스레 환 노출이 되고 연금저축이나 IRP를 활용한 세제 혜택을 얻을 수 없고요.
어떤가요? 환 헤지와 환 노출은 어느 한쪽이 더 낫다고 말하기 힘든 특성이 있어요. 그만큼 일장일단이 있는 만큼 고르게 분산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죠. 연금저축을 통한 원화 ETF 투자와 핀트 투자를 통한 달러 ETF 투자를 병행하는 것도 자산 배분에 있어 하나의 좋은 예가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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