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상식, 이야기
투자 잘 하려면 내 경험을 의심하세요
2022. 09. 30
“나 지난 달에 코인 투자로 30% 벌었어!” 이런 경험 누구나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의사판단이 누적되면 결국엔 큰 손실을 보게 됩니다.
변화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투자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투자AI엔진 개발자이자 수학자의 관점에서 설명해드립니다.
⬆️ 영상으로 보기
⬇️ 글로 보기
‘누구는 이렇게 해서 많이 벌었다는데, 누구는 어디에 투자해서 이렇게 성공을 했다는데…’ 투자를 해야겠다라고 하는 의사 판단의 근거가 최근에 많이 오르고 있다는 이유 하나일 때가 많거든요.
오르고 있으니 들어간다는 매수 수요들이 많아지면 시장의 적정한 가격보다 더 떠 있게 돼요. 가격에 거품이 끼는 거죠. 보통은 그런 종목에 들어갔다가 손실을 경험하고, 투자에 대한 안 좋은 경험으로 남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자산에 투자를 할 때는 그 이유에 대해서 잘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뛰어난 투자 전략가라 해도 바로 다음 날, 일주일 뒤 자산 가격을 예상하고 투자하기는 굉장히 어려워요.
주식 투자만 하겠다고 하면 개별 기업들의 섹터들의 정보들이나 기업의 재무제표를 봐야겠죠. 주가가 올라간다는 건 어떤 것에 영향을 많이 받는지 공부를 해야 하고요.
글로벌 증시 분산 투자, 원자재 자산 혹은 코인에 투자를 할 때도 그 부분에 있어서 등락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공부를 해야 되겠죠. 전업 투자자가 아닌 이상 버거운 범위라고 생각이 들어요.
우리는 주식에 왜 투자를 해야 되는가? 이런 철학적인 질문들이 더 중요할 수 있어요.
기업들이 열심히 부가가치를 생산해내고 그 부가가치가 기업의 가치로 연결이 되고, 그게 주가랑 연동이 되는 메커니즘.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가 돌아가는 원리이기 때문에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것 대비해서는 주식에 투자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이득이겠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단기적으로 봤을 때 다음 날 혹은 한 달 정도 기간으로는 계속해서 우상향한다고 얘기하기는 어려운 거죠.
투자를 잘 하려면 사실 수학 공부도 많이 해야 돼요. 예를 들어 지난 100년을 보니 증시가 매년 한 8% 정도 계속 올랐다고 하면 앞으로도 8%를 기대할 수 있겠네! 라고 막연하게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어떤 해는 -2% 어떤 해는 +20% 이렇게 변동성이 크잖아요. 표준 편차를 계산해봐야죠. 표준 편차가 8%면 평균은 8%지만 ±8% 안에 들어올 확률이 2/3 정도 되니 6년 중에 한 해 정도는 손실이 날 수도 있겠다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하고요.
3년 정도 장기 투자를 생각하고 있으면 변동성이 루트 8/3이 되거든요. ‘약 5% 정도의 변동성이 되겠네’, ‘3년 투자를 생각을 하고 있으면 손실 확률이 이렇게 줄어드는구나’ 수학적인 계산을 통해 어느 정도를 예측할 수 있어야 투자를 잘 한다고 볼 수 있어요.
당장 한 달, 두 달 잘 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 특별히 정해져 있는 방법이나 공식 같은 건 없는 것 같아요.
사람이 학습을 한다는 건 다 경험에 의한 것이라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주전자를 만져봤더니 뜨거웠다면, 다음부턴 가스레인지 위에 있는 주전자를 만지면 안 되겠다는 사실을 학습하게 되는 거죠. 이 학습을 위해서는 경험이 두세 번 정도면 충분해요. ‘가스레인지 위 주전자는 뜨겁다’고 믿게 되는 것이죠.
투자에서는 그게 상당히 위험해요. 주가가 오르니까 이 시점이 좋은 것 같아 들어갔는데 수익이 났어요. 수익이 날 확률은 생각보다는 커요. 오를 확률, 떨어질 확률 반반이거든요.
운이 좋아 성공하면 스스로 맞게 판단했다고 학습하게 되는 거죠. 그런 학습이 두세 번 이어지면 ‘나는 투자를 잘 한다’는 착각을 하게 돼요.
비슷한 의사판단이 누적되면 결국 이 전략이 가지고 있는 엣지(edge)대로 가는데, 보통은 그 엣지가 없는 경우들이 많아요. 운이 좋아 성공하면서 투자금을 높여가다가 결국 크게 손실을 보게 되죠.
우상향할 근거가 있는 자산들에 분산투자를 해놓으면 3년에서 5년 정도의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손실 확률이 0에 가까워요.
증시든 채권이든 매크로 환경에 따라서 단기 급등락은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어요. 물론 가능성들은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도 확답을 드리기는 어렵지만요.
그래서 투자를 언젠가 수익이 나면 빼는 게 아니라 평생 가져가는 것으로 보는 게 좋아요. 은행에 넣어둔 돈도 굉장히 안전한 자산에 투자를 했다고 이해할 수 있거든요. 그것보다 조금 덜 안전한 자산에 투자를 하는 거죠.
투자계좌를 모계좌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어딘가에 모계좌인 예금 계좌가 있고, 투자로 옮겼다가 목적한 수익을 취하면 다시 옮겨오는 개념이 아니고요. 투자는 내가 평생 해야 되는 거니까.
수입이 없어졌을 때 혹은 은퇴 후 더 이상 내 자산이 불어나지 않아요. 삶을 영위하거나 유산을 내 자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투자는 100세 시대를 살면서 꼭 해야 되는 행위예요.
수익이 생기면 어딘가로 다시 옮기는 개념이 아니라 항상 투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거죠.
당장 한두 달 혹은 1, 2년 뒤의 미래를 봤을 때 안정적인 투자를 하면 별로 얻을 게 없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어요. 내 자산이 10% 늘어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느끼실 수도 있고요.
하지만 10년 뒤 미래를 그려보세요. 당장 연 수익률은 작아보일지 모르지만 ‘지키는 투자’를 계속 유지했을 때 복리로 커지는 걸 무시할 수 없어요.
1년에 8% 정도 기대할 수 있는 증시 지수에 계속 투자하면, 두 배가 되는 기간이 9년 정도 돼요.
우리가 3, 4년 살고 말 게 아니니 단 5%라도 수익을 계속 쌓아나갈 수 있는 자산들에 투자를 해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코인 투자로 30% 수익 내는 경험? 누구나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결국은 손실을 볼 확률이 높아요. 그 전략의 엣지 때문이 아니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랜덤성에 의해 30%를 번 거니까요.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은 조금 낮더라도 자산 배분해서 안정적으로 계속 투자하는 습관을 기르시는 게 장기적으로 이기는 길이에요.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이 과거에 어떻게 투자를 했는지를 보면 간단해요.
단기간에 급등하는 자산에 크게 투자해서 성공한 케이스가 없어요. 자산배분해서 장기적으로 꾸준히 투자한 사람들이 결국 성공했죠.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키는 투자, 자산배분 투자를 하시라고 권유 드리고 싶어요.
김일희 핀트 포트폴리오개발실장
카이스트를 졸업한 후 2013년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수학과 컴퓨터공학이 결합된 이산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금융 AI 전문가로서 다년간 핀트의 AI엔진 아이작(ISAAC)을 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