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상식, 이야기

버블이 꺼지면 벌어지는 일

2022. 09. 16

지난 4월,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 대금은 15조원에 달했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 거래 대금을 추월한 수준이었어요. 하지만 두 달뒤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6월 말 가상자산의 시가총액은 4월 대비 56%나 하락했죠.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버블이란 실체가 없는데도 가격 상승이 지속되다가 결국 거품(bubble)이 터지듯 원래 가격으로 돌아가는 현상입니다.

익숙한 예로 일본의 부동산 버블이 있죠. 1970년부터 1980년대까지 일본 경제는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수출 증가 등으로 어느 나라보다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였어요. 1980년대 연평균 성장률이 4.6%에 달할 정도로요.

경제적으로 넉넉했던 일본 사람들은 앞다투어 땅을 사기 시작했고, 곧 땅값은 엄청난 거품이 더해져 천문학적으로 치솟았죠.

버블은 그 성질대로 어느 순간 사라졌고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장기 불황에 들어서게 됩니다.

그런데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버블이 꺼지면 급등했던 자산 가격이 내려가니 오히려 경제가 안정되는 거 아닌가?”

버블경제와 기업, 금융기관, 개인이 어떤 연결고리를 가졌는지 알면 조금 쉬워집니다.

기업 🏢 “경기호황인 줄 알았는데 버블이었다니!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를 연기하자.”
>> 설비 투자 감소

금융기관 💵 “기존 대출금도 못 돌려받게 생겼으니 신규 대출도 억제하자.”
>> 자금 중개 위축

개인 🙍‍♀️ “자산 가격이 내려간 만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해! 소비를 줄이자.”
>> 소비자 물가 하락


대출을 받지 못해 투자를 이어갈 수 없는 기업은 이윤이 줄어듭니다. 곧 기업에서 일하는 개인의 수입도 적어지죠. 가계가 악화한 개인은 다시 소비를 줄입니다.

이 때문에 물가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경기 불황의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죠.

버블은 왜 생기는 걸까?

일반적으로 버블은 투자자의 비합리적인 행동에서 기인한다고 알려졌습니다.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도 지금 투자하면 미래에 더 큰 이익을 얻는다고 과신하는 거죠. 군중심리가 작용하기도 하고요.

물론, 결과적으로 버블이었던 자산에 투자했다고 해서 꼭 비합리적이라고 말할 순 없어요. 객관적인 정보를 근거로 한 합리적인 선택에 의해서도 버블은 발생하니까요.

믿을 만한 정보일지라도 그 절대량이 부족하거나,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 때문에 자산의 가치를 잘못 판단할 수 있습니다.

시장의 버블을 가늠하는 버핏 지수

버핏 지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의 비율을 뜻합니다. 버핏 지수가 70~80% 수준이면 저평가된 증시, 100% 이상이면 거품이 낀 증시로 해석하죠.

주식 시장에서 버핏 지수는 주가의 적정 수준을 측정하는 기본 지표로 평가받아왔습니다.

지난 20년간의 우리나라 버핏 지수 (2000년 ~ 2021년)

하지만 최근 들어 다른 의견을 내는 전문가도 많아지고 있어요.

2010년대 중반부터는 FAANG*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가 주식 시장을 주도했고, 이 때문에 버핏 지수는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입니다. 기술주 등 신성장 산업은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경향이 있거든요.

신성장 산업의 기업 주식이 주식 시장 내 비중을 많이 차지할수록 버핏 지수도 상승한다는 설명이에요.

👉 Editor’s comment

FAANG: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애플(Apple), 넷플릭스(Netflix), 구글(Google)의 앞글자를 딴 신조어. 2022년에 들어서는 시가총액의 변화로 인해MANTA(Microsoft, Alphabet(구글), NVDIA, Tesla, Apple)로 부르기도 함.

부동산 시장 버블은?

부동산 시장에서는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Price to Income Ratio·PIR)’과 ‘주택 구입 부담 지수(House Affordability Index·HAI)’를 참고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PIR)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PIR)은 가격이 평균 수준인 주택을 구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PIR이 10이면 10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소득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것이죠.

주택 구입 부담 지수(HAI)는 연평균 가구 소득에 비해 주택 담보 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요.

우리나라는 대출 상환 요구 소득을 연평균 가구 소득으로 나누어 100을 곱해 산출합니다. 결과 값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소득과 비교해 대출이 과중함을 의미해요.

버핏 지수, PIR나 HAI는 경제를 바라보는 여러 관점 중 하나일 뿐 투자를 결정할 절대적인 참고 자료는 아닙니다.

지표의 유효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고, 버블은 끝나고나서야 그 진위를 판별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다만, 버블이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알고 지금 나의 투자를 체크하는 것은 중요해요.

“곤경에 빠지는 건 무언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무언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 마크 트웨인 Mark Twain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다룬 영화 <빅쇼트>에서 인용한 마크 트웨인의 말입니다. 이따금 떠올리며 투자 생활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