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상식, 핀트레터
금리, 고점 찍었을까?
2023. 08. 07
✍ 핀트레터 3줄 요약
1.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이 고점에 다다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2. 물가 등 지표가 인상을 멈춰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에요.
3. 몇 주 전과 다른 전망에 헷갈릴 땐 데이터 분석 통한 접근이 필요해요.
끝없이 오를 것만 같던 기준금리가 슬슬 어디론가 수렴하는 것으로 보여요. 각국 중앙은행에서 금리 인상이 거의 끝나간다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번 핀트레터에서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글로벌 금리 기조와 이것의 배경이 된 경제 상황에 대해 알아볼게요.
미국은 7월 26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시장 예측대로 25bp 금리 인상을 결정했어요. 기준금리 5.25~5.50%는 22년 만에 기록하는 최고금리이기도 해요. 이로써 3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이어가는 우리나라(3.5%)와는 2%p의 금리격차를 보이게 됐어요.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Fed) 의장은 9월 FOMC에서 보일 금리 기조에 대해서도 언급했어요.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리는 것도, 이대로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표를 비롯한 각종 상황이) 편안한 시점이 되면 기준금리를 내리겠지만 올해는 아니다“라고 한 거예요.
금리 인하 또는 동결에 무게를 둔 발언은 아니지만, 지난 6월 회의에서 연내 2회 인상 의지를 내비쳤던 데 비하면 조금 누그러진 자세라는 걸 알 수 있죠. 연준의 의사결정을 미리 점치는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의 트레이더들 역시 연말까지 추가 인상 가능성을 35% 아래로 보고 있어요.
유럽연합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7월 27일, 미국과 같은 25bp 인상 결정을 내렸어요. 이로써 9번 연속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끝에 최종금리 4.25%를 기록했죠.
기세로만 보면 10번 연속 인상이 예상되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에요. 이후 금리 인상의 의지를 이전처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향후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을 언급한 거예요.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오는 9월 열릴 통화 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및 일시 중단 가능성은 모두 열려 있다”라고 언급했어요. 하지만 금리를 내리진 않을 거라며 일찌감치 금리 인하 가능성은 배제한 상태예요. 기준금리 일시 중단 시나리오를 고려해 볼 수 있는 이유는 크게 물가, 그리고 유로존 경제 상황에 있어요.
6월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5%로 목표치인 2%보다는 여전히 높지만, 2022년 10월의 10.6%에 비하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잡혀가고 있어요. 반면 유로존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 기술적 침체에 접어든 상태예요. 금리 인상을 멈춰 반등을 유도할 필요가 있는 셈이죠.
일본이 걷는 길은 미국, 유럽과 조금 달라요. 기존 양적완화에서 긴축에 가까운 기조로 옮겨가고 있어요.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장기 국채금리 통제범위를 연0.5%에서 연 1%까지로 늘리기로 한 거예요.
장기 침체로 인해 오랜 경제 불황을 겪은 일본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준금리 -0.1%를 고수하는 중이에요. 그래서 단기금리인 기준금리를 만지는 일반적 방법과 달리, 장기금리인 국채금리를 만지는 쪽을 택했어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보완 수단으로, 양적완화를 펼치면서 물가 상승을 목표로 하는 거예요. 이처럼 더 이상 금리를 낮추기 힘든 일본경제의 특수한 상황이 수익률곡선 관리(YCC)라는 특수한 통화 정책을 이끌었어요.
👉 Editor’s comment
수익률곡선 관리(Yield Curve Control, YCC)
국고채 10년물의 금리 변동 상/하한을 정해 이를 기준으로 채권 매입과 매도를 결정하는 방법. 시장 금리가 상한보다 높으면 이를 무제한 매입해 금리가 더 오르는 걸 막고, 시장금리가 하한보다 낮으면 무제한 매도해 금리가 더 내려가는 걸 막음.
BOJ는 여기서 무제한 국고채 매입으로 양적완화를 펼쳐왔는데요. 최근 들어 완화적 YCC 정책으로 인해 돈이 풀리면서 엔저 현상과 물가 상승이 심해졌어요. 이에 따라 기준으로 삼는 상한 국채금리를 연 1%로 올리면서 좀 더 긴축하는 쪽으로 방향키를 튼 거죠.
당초 연준 경제학자들은 지난 두 차례에 걸친 FOMC 회의에서 올해 가벼운 경기침체를 예상한 바 있어요. 그러나 최근 거시경제를 보여주는 지표에서 긍정적인 모습이 나타나는 반전이 펼쳐졌어요. 올 2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 개인소비지출, 투자 활동 모두 개선된 모습을 보인 거예요.
국내총생산(GDP)은 2.4%로 예상치 1.8%보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어요. 개인소비지출물가지수(PCE)는 2%대에 진입하며 5월에 보였던 3.8%에 비해 완화한 모습이었고요. 투자 활동은 이전 분기에서 11.9% 감소했던 민간투자가 5.7% 증가하며 큰 반전을 이뤘어요.
여기에 더해 인건비는 낮아졌지만, 소비는 살아났어요. 미국 소비심리를 알 수 있는 월마트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거예요. 이는 모두 연준이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이기도 해요. 파월 의장이 ‘더 이상의 경기 침체 시나리오는 고려하지 않는다’라고까지 언급한 걸 보면 알 수 있죠.
사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사뭇 달랐어요. 미국 경제가 올해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져 나왔으니까요. 채권시장에서는 장단기 금리차의 움직임을 근거로 경기침체를 예고 중이었고요. 이번에 기대 이상의 지표가 연달아 나오며 경기침체 목소리가 잠시 잦아들긴 했지만 언제 다시 불거질지 알 수 없어요.
경기침체에서 갑자기 경기회복을 이야기하니 혼란스러우신가요? 이럴 땐 데이터에만 입각해 시장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해요. 한시도 눈 떼기 어려운 국내외 투자 이슈, 핀트레터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서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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