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상식, 핀트레터

비트코인, 현물 ETF로 컴백?

2023. 07. 03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BTC) 시세가 최근 3만 달러 선을 돌파했어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거래량 기준 세계 1, 2위 암호화폐거래소인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를 기소한 데 더해 시세가 2만 7000달러를 밑돌던 2023년 6월 중순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거죠. 그렇다면 최근 암호화폐 시장에 활기가 도는 이유는 뭘까요?

갑분 ‘공소 제기’, 의중은?

SEC는 지난 6월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를 기소했어요. 블록체인 분석 플랫폼 난센(Nansen)에 따르면, 이러한 공소제기가 있은 지 24시간 만에 해당 암호화폐거래소 별로 10억 달러 이상의 순유출이 발생했고요(바이낸스 14억 3000만 달러, 코인베이스 12억 8000만 달러).

SEC는 이들 주요 암호화폐거래소에 대한 자금혼용 사기 혐의 및 당국 등록 절차 없이 증권 시장 주요 기능인 거래소, 브로커 딜러, 청산소 기능 수행 혐의, 그리고 스테이킹 및 미등록증권 판매 혐의 등을 주요 기소 사유로 들었어요. 이번 기소로 인해 코인베이스의 주가는 이날 장 중 한때 20% 가까이 빠졌다가 일부 회복하여 12.1%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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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유출

유출 자산에서 유입 자산을 뺀 값.

인상 아니고 동결인데… 매파?

잠시 미국 기준금리 얘길 해볼까요? 연준은 2023년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멈췄어요. 표면적으로 보자면 금리 인상 기조가 멈췄으니 비둘기파적 동결이라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추후 금리 인상을 이어 나갈 의지를 보이면서 이번만 ‘건너뛴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에 이번 동결은 매파적 결정에 가깝다고 봐야 해요.

※ 참고하면 좋은 글 [매파적, 무슨 뜻이냐면요]

실제로 7월에 열리는 FOMC 회의에선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고, 올해 말까지 기준 금리를 50bp 더 올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어요. 이에 따라 2024년 말께 기준금리 전망치가 4.6%로 바뀐 건 물론, 그 이후 예상치도 이전보다는 많이 올랐죠.

낮은 금리로 시장 현금흐름이 좋아야 암호화폐 시장 현금 유입도 늘어나는 인과성을 고려해 본다면, 이 같은 금리 환경에 대한 우려가 6월 중순 비트코인 시세를 2만 5000달러 밑으로 떨어뜨린 셈이에요. 그리고 여기서 뜻밖의 반전이 펼쳐진 게 지금의 상황이고요.

비트코인 ‘현물’ ETF

지난 6월 15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이 SEC에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신탁(iShares Bitcoin Trust)’이란 이름의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신청했어요. 참고로 블랙록은 2022년 연말 기준으로 운용자산 규모가 8조 6000억 달러로 우리나라 GDP의 4배가 넘을 만큼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이 아주 큰 곳이에요.

그래서 지금까지는 모두 승인 거부됐던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단 기대감을 더하는 중이죠. 블랙록의 신청 이후 위즈덤트리, 인베스코 등 자산운용사 역시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어요.

선물 ETF가 먼저 나온 이유

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는 지속적으로 거부해 온 데 반해, 선물 ETF는 자산운용사 프로셰어즈(ProShares)에서 2021년 만든 비토(BITO) ETF 등 일부만 허용한 바 있어요. 그렇다면 SEC는 왜 선물 ETF는 허용하면서 현물 ETF는 막았을까요?

선물 ETF는 시장 조작 위험이 현물 ETF보다 낮다는 특징이 있어요. 거래소에서 정산가격을 제공하기 때문에 비트코인 선물의 가치 평가가 쉬운 점도 있고요. 여기에 브로커 딜러가 일반 투자자의 비트코인 선물을 분리해서 보관하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규제가 수월해요.

현물 ETF는 반대예요.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 현물을 매수 및 보관하거나 수탁 업체에 맡겨 자산을 나눌 수도 있는데요. 만약 문제가 생기면 자산운용사가 책임져야 하는 구조라 비교적 규제 친화적인 선물 ETF보다는 훨씬 규제의 벽이 높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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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토(BITO)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선물 기반 ETF.

정산가격
그 날의 최종 체결가격인 종가와는 달리 선물거래소가 일일정산을 위해 장이 끝난 후에 결정해서 발표하는 가격.

이번엔 옵션‘발’ 좀 받나?

그럼에도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가능성을 이전보다 높게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SEC가 경계하는 시장 조작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감시-공유 계약’이 이번 블랙록의 신청서에 옵션으로 포함됐어요. 감시-공유 계약은 비트코인 현물 거래 플랫폼과 시장 거래 활동, 청산내역 및 고객식별에 관한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계약이에요.

작년에 세계 3위 규모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하면서 거래소도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늘어나는 중이죠. 그만큼 제도권 편입 과정을 통해 투자자를 보호하는 게 시급하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블랙록과 같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가 만든 ETF 거래가 가능하다면 굳이 거래소에서 사고팔 이유가 없어지니까요.

ETF 발행, 이래서 좋아요

금 가격 변동 사례를 보면 이번 ETF 상장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를 알 수 있어요. 오랜 기간 답보 상태를 유지했던 금값은 2003년 6월 금 ETF 상장을 기점으로 큰 오름세를 보였어요. 아래 그래프는 런던금시장협회(LBMA)가 공시한 금의 1온스당 가격 변화를 보여줘요. 금 가격이 오르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ETF가 출시되면서 유동성과 수요가 늘어난 측면도 큰 영향을 미쳤어요.

출처: Bloomberg, 기간: ‘83년 1월 ~ ‘23년 6월

최근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발언과 함께 EDX 거래소 설립 소식도 비트코인 상승세를 부추겼어요. 파월은 하원 청문회에서 “결제용 스테이블 코인을 화폐의 한 형태로 보고 있다”고 말했어요. 여기에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가 자산으로서 지속적인 힘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하기도 했고요.

EDX 거래소는 시타델, 피델리티, 찰스 슈왑 등 월가 거대 금융회사들이 만든 암호화폐거래소로, 약 8개월에 걸친 준비 끝에 지난 6월 20일 첫 거래를 시작했어요. 우선 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비트코인캐시, 총 4가지 암호화폐 거래를 지원하는데요. EDX는 대형 금융 기관들의 유동성 지원을 목적으로 세워졌기 때문에 기관 투자자 대상으로 서비스를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에요.

또한 블록체인의 이점을 활용, 대형 금융기관들의 자금 유동성 거래의 창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죠. 이로 인해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고요. 결국 어느 정도 화폐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비트코인이 현물 ETF로 편입된다면 금융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본 거죠.

장밋빛 예측은 시기상조

이 같은 긍정적 효과에도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아직 이르다고 보는 입장이에요. 대표적으로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이 암호화폐에 적대적인 입장으로, 계속해서 현재 시장의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요. 제아무리 블랙록이 감시-공유 계약과 같은 조건을 신청서에 넣었더라도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거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예요.

이번 핀트레터에서는 최근 상승세를 보이며 시장을 달군 암호화폐를 다뤘어요. 이전 핀트레터 [가상자산, 투자인가 투기인가?] 편에서 아이작이 암호화폐 투자를 고려하는 경우의 수를 말씀드린 바 있어요.

바로 선물 ETF의 단점을 보완한 현물 ETF가 출시되고 암호화폐 시장 안정성과 장기 효용성이 높아지면서 장기 투자 관점으로 편입 근거가 늘어나는 경우였죠. 이러한 측면에서 어쩌면 핀트의 첫 ‘암호화폐’ 투자가 될지도 모를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여부를 지켜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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