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상식, 핀트레터

비트코인, 어느새 ETF까지?

2024. 01. 29

ARKB, BITB, FTBC, EZBC, GBTC, DEFI, BTCO. 누군가 그저 발음하기 어렵게 나열한 듯 보이는 이 알파벳들은 실은 이제 막 따끈한 새 생명을 부여받은 코드예요.

현지 시간 기준 1월 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초로 ‘현물’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의 출시를 승인했어요. 앞에 나열한 알파벳들은 그 최초 11개 ETF 중 일부 상품의 티커이고요.

오늘 핀트레터에서는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배경부터 시작해서 시장에 미칠 영향을 알아보고자 해요.

선물 아니고 ‘현물’

상우: 주식은 그렇게 크지 않고 선물을 했어.
기훈: 선물? 선물로 그 돈을 썼어?

–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Squid Game)> 中 –

기억하시나요? <오징어 게임>에서 파생상품 일종인 선물(Futures)을 했다고 한 상우(박해수 분)의 말을 기훈(이정재 분)이 선물(Present)로 알아듣는 장면인데요.

몇몇 분들은 이번 비트코인 ETF 출시 소식에 ‘분명히 몇 년 전 비슷한 기사를 봤는데’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셨을 거예요.

기존에 뉴스를 탔던 비트코인 ETF는 상우가 말한 개념의 구조를 갖춘 상품이었어요. 선물은 미래에 상품을 넘긴다는 조건으로 현재 가격을 정해 거래하는 걸 뜻하고요.

2021년 10월, 비트코인 선물에 기반한 프로셰어즈(Proshares) 社의 ETF 상품 ‘BITO’를 통해 역사상 처음으로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 거래되었어요. 이후 나온 BTF, XBTF, BITS 등 몇몇 ETF 역시 모두 비트코인 선물에 기반을 둔 ETF였죠.

이번에 출시된 비트코인 ETF는 이처럼 선물(先物)이 아닌 ‘현물(現物)’에 기반을 두고 있어요. ‘실물’이라고도 부르는 현재 기초자산의 가치에 따라 가격이 움직인다는 뜻이에요.

그럼 SEC는 어떤 이유에서 별 차이 없어 보이는 선물 ETF와 현물 ETF의 거래 승인 시점을 달리 허가한 걸까요?

선물부터 현물까지, 10년의 역사 📆

2013년, SEC에는 최초로 비트코인 기반 ETF 거래 승인 신청이 접수되었어요. 당시 SEC는 비트코인을 위시한 가상자산 전반에 대해 관련 제도가 부실하며 사기나 조작에 취약하다고 판단하며 거래 승인을 거부했고요.

그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흐른 2021년이 되어 SEC는 비트코인 선물 ETF 거래를 승인했어요. 시카고 거래소(CME) 그룹이 공시하는 비트코인 선물 가격이 현물을 적절하게 추적, 충분한 신뢰도를 가진다고 본 거예요.

다만 현물 ETF에 대해서는 그 입장을 달리 하며 거래 승인을 거절했어요. 거래소마다 천차만별인 비트코인 가격 탓에, 위험 요소가 많다는 게 그 이유였는데요.

이러한 변동성의 배경에는 뉴욕증권거래소처럼 매매 주문을 한데 모아 가격을 결정하는 중앙기관이 없다는 사실도 한몫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분위기가 반전되는 사건이 일어났어요. 2023년 8월, 미국 연방 항소법원이 SEC의 현물 ETF 승인 거절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판결이 나온 거죠.

그로부터 5개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SEC는 11개의 비트코인 현물 기반 ETF를 승인하는 이번 결정을 내린 거예요.

ETF로 사야 할 이유 👀

ETF 중에는 기초자산 직접 거래가 어려운 상품들도 많이 있어요. 탄소배출권이라든지, 금, 주가지수 등이 대표적인 예이죠. 그럼 비트코인은 직접 거래가 쉽지 않아서 ETF 상품으로 나온 걸까요?

가상자산은 아주 적은 금액으로도 거래할 수 있고, 365일 24시간 거래가 가능해요. 또 주식투자에서의 소수점 투자처럼, 금액이 부족하다면 자산을 쪼개어 소수점 단위로도 살 수 있고요.

오히려 ETF로 거래해야 할 경우에는 장 운영 시간을 고려해야 하는 건 물론, 운용사에 줘야 하는 보수 부담까지 있죠. 그럼에도 블랙록을 비롯한 미국 거대 자산운용사들은 어떤 이유에서 SEC의 문을 두드린 걸까요?

그 배경에는 가상자산 투자 리스크를 피하고 싶은 투자자를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요.

즉, ‘지갑’이라 불리는 개인별 가상자산 저장 주소 관리나 이를 토대로 한 가상자산 포트폴리오 구축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현물 비트코인 구매 대행 서비스를 ETF의 형태로 출시한 거죠.

가상자산 시장 반응은?

ETF 출시 전후로 시장 반응은 어땠을까요? SEC 승인을 앞두고 가상자산 시장은 현물 ETF 출시가 시장에 엄청난 호재로 작용할 거라 예상했어요.

그도 그럴 게 현물 ETF 발매로 인해 새로 들어온 자금은, 운용사가 비트코인을 직접 매수하는 데 쓸 수 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그러다가 강력한 매수 의지를 가진 다수, 혹은 거대 참여자가 있다면 시장이 상승은 가속하고 하락은 어느 정도 제동을 걸기 때문이죠.

비트코인 가격은 우리나라 기준으로 거래 승인 직후인 1월 11일에 6,600만 원을 넘어 고점에 이르렀어요. 보름이 지난 1월 26일, 호재를 다 소진이라도 한 듯 다시 5,500만 원 선으로 내려왔지만요.

금융 시장 반응은?

비트코인 ETF 출시는 기존 금융 상품 시장의 자금 유출을 유발하거나, 혹은 새로운 상품 발굴로 시장 활성화를 야기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실제로 ETP, 주식 등이 거래되는 금융 시장은 어떤 움직임을 보였을까요?

👉 Editor’s comment

ETP(Exchange Traded Product)

각종 자산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을 뜻하는 것으로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을 합쳐서 부르는 용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BTCUSD 역시 미국 현지 시간 기준 1월 10일 전후로 고점을 찍었어요. 그렇지만 미국 금융 시장을 대표하는 S&P500지수, NASDAQ 종합지수 모두 크게 영향을 받진 않은 것처럼 보여요.

비트코인 현/선물 ETF나 비트코인을 부분적으로 보유 중인 미국 ETF의 투자 자금은 다 합해서 1월 22일 기준 약 31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40조 원 가까운 자금이 들어가 있어요.

어마어마한 규모 같겠지만, 미국 전체 ETF 규모는 9.6조 달러, 원화로는 1경 2천 조 원에 가까워요. 어림잡아 0.3% 남짓으로 금융 시장에 대한 영향은 아직 제한적인 것으로 보여요.

🇰🇷 우리나라는?

한국거래소에서도 비트코인 ETF를 거래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금융 당국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의 현물에 기반을 둔 ETF에 여전히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아래에서 보듯,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조 10항에서 나열하는 “기초자산”의 정의에서 가상자산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금융위원회는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같은 이유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도 가상자산의 선물은 거래되고 있지 않죠.

👉 Editor’s comment

기초자산

△금융투자상품 △통화(외국의 통화를 포함한다) △ 일반상품(농산물ㆍ축산물ㆍ수산물ㆍ임산물ㆍ광산물ㆍ에너지에 속하는 물품 및 이 물품을 원료로 하여 제조하거나 가공한 물품,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말한다) △ 신용위험(당사자 또는 제삼자의 신용등급의 변동, 파산 또는 채무재조정 등으로 인한 신용의 변동을 말한다) △ 그 밖에 자연적ㆍ환경적ㆍ경제적 현상 등에 속하는 위험으로서 합리적이고 적정한 방법에 의하여 가격ㆍ이자율ㆍ지표ㆍ단위의 산출이나 평가가 가능한 것.

핀트에서는?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것에 제도상 어려움이 있는 만큼, 핀트 역시 비트코인 기반 금융상품을 자산군에 편입시키기는 어려워요. 금융당국의 다른 해석이 나오면서 비트코인 ETF 거래가 허용된다고 해도 마찬가지예요.

가장 큰 이유는 가상자산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주식이나 농수산물/금속/원유 등 일반적인 원자재는 어느 정도 답을 찾아갈 수 있어요.

해당 자산이 앞으로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보여줄까’ 혹은 ‘얼마나 수요가 발생하고, 얼마나 공급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 시장의 경제 논리라는 큰 틀 안에서 이루어지니까요.

핀트는 현재 다양한 ETF를 활용한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다양한 섹터별 ETF를 활용한 글로벌 ETF, 만기매칭형 채권 ETF를 활용한 파킹 투자 등은 물론, 향후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에요.

🏈 불규칙성의 비트코인

가상자산은 규칙성을 찾기 어려워요. 아직 금융 시장 밖에서의 사용처나 수요가 명확하지 않죠.

또한 개별 가상자산의 공급은 반감기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희박해지면서, 동시에 새로운 가상자산이 계속 생겨나기도 하는 등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죠.

자산이 아니라 화폐로 접근한다 해도 마찬가지예요. 5원에서 불과 15년 만에 그 가치가 6천만 원으로 점프하는 화폐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일반적인 화폐라면, 특정 가격대를 형성하고 양국 경제 상황에 따라 오르고 내리는 걸 반복해요. 가상자산은 나라별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명확한 사용처도 찾기 힘들기에 화폐로 접근하는 방식에도 한계가 있어요.

가능성은 열려 있어요. 탈중앙화를 내세우며 기존 통화에 맞선 비트코인이 현물 ETF로 만들어질 거라 예상한 이가 얼마나 되겠어요.

다수가 불가능할 거라 봤던 미션이었음에도, 시장 참여자에 의해 결국 성공했잖아요. ETF에서 핀트 자산군으로의 도약 가능성은 그보다 크지 않을까요?

핀트는 언제나 편견 없이 투자 가능한 모든 자산을 살펴보고 있어요. 장기적으로 투자자의 재산 형성에 도움 되고, 편입을 통해 투자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면 불가능이란 없죠.

새해 들어 좋은 흐름 보이는 미국 증시에 발맞춰, 다양한 자산군을 알아서 조절하는 핀트와 2024년 투자를 시작해 볼까요?

아이작의 투자 이야기 핀트레터💌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디셈버앤컴퍼니 준법감시인 심사필 제2024-024호(2024.01.26 ~ 2027.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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