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상식, 핀트레터

버핏의 영수증을 공개합니다

2023. 05. 30

남들은 코카콜라를 마시는 데서 그칠 때, 한발 더 나아가 코카콜라 주식을 샀던 워런 버핏. 그때나 지금이나 그의 혜안을 닮고자 하는 이들이 줄을 섰는데요. 버핏을 비롯해 레이 달리오 등 전설적인 투자자로 불리는 이들은 어떤 주식을 사들였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영수증 제출 마감일

우리나라에서는 가정의 달로 온 가족이 바삐 움직인 5월,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헤지 펀드나 자산운용사와 같은 대형 기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였어요. 자신들의 올해 1분기 말 보유 내역을 공개하는 SEC Form 13F, 줄여서 13F의 제출 기한이 5월 15일까지였기 때문인데요.

그런 만큼 우리에겐 스승의 날이었던 이날이, 미국 투자 스승(구루)들에게는 투자내역 공개의 날이었던 셈이기도 하죠. 대표적인 투자 구루로 꼽히는 워런 버핏과 레이 달리오의 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의 공시를 통해 나타난 이들의 시각을 따라가 볼게요.

👉 Editor’s comment
SEC Form 13F

운용 자산 1억 달러 이상인 기관이 매 분기가 끝난 후 45일 내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하는 공시 자료.

13층에 있나요?

SEC는 우리나라 금융감독원과 유사한 기능을 가진 기관이에요. 그래서 금감원이 기업정보 전자공시시스템 다트(DART)를 운영하는 것처럼 SEC 역시 공시 사이트 에드가(Edgar)를 운영해요. 사실 우리 전자공시시스템이 미국을 벤치마킹해서 만들어진 거지만요.

우리나라 기업들은 정한 기간마다 다트에 기업활동 내역을 보고해야 하잖아요. 미국 역시 13F 제출을 통해 기업에 이 의무를 지운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아요. 13F라는 보고서 이름은 정식 명칭인 ‘Form 13F’에서 따온 거라 별 뜻은 없어요.

13F 보고서는 해당 분기 말 기준 보유 종목 수량과 평가 금액을 포함하고 있어요. 매 분기 말일로부터 45일이란 시간이 있기 때문에 실시간 정보는 아니더라도, 단기 매매를 주로 하는 기관이 아니라면 보유 종목 정보가 어느 정도는 의미 있어요. 해당 기관의 시장에 대한 시각을 유추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주시하는 사람이 많아요.

이런 건 알 수 없어요

주의해야 할 점 하나. 13F 자료에는 미국 상장 주식 및 ETF, ADR, 전환사채, 옵션에 대한 매수 포지션 공시 의무만 있어요. 매도 포지션이나 미국을 뺀 나머지 국가에 상장된 주식에 대해서는 공시할 의무가 없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공시한 기관이 공매도도 거리낌 없이 하는 기관이라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 Editor’s comment
ADR(American Depositary Receipt)
미국 주식예탁증서의 줄임말로, 미국 시장에서 발행된 주식 대체증서를 의미.

버크셔 해서웨이는 2020년에 일본 5대 상사인 이토추, 마루베니,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의 지분을 5%씩 확보했어요. 블룸버그의 2023년 4월 기사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는 여기서 2.4%포인트 늘린 7.4%까지 사들였음에도 13F에서는 이 내용을 확인할 수 없죠.

5월 17일 오후 3시 환율 기준으로 버크셔 해서웨이가 가진 5개 상사의 지분 가치는 154억 달러예요. 1분기 13F 공시에 있는 지분 가치가 3251억 달러이니,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약 4.7%를 차지한다고 보면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한 자산 중 6위에 해당하는 규모예요.

버핏: 위험 제거, 안전 추구

버크셔 해서웨이의 지난 1분기에 대해 좀 더 알아볼까요? 앞서 설명한 대로 일본 상사 지분을 늘렸고, 13F에 공시한 내역 기준으로 애플(AAPL) 2042만 주, 뱅크오브아메리카(BAC) 2275만 주, 옥시덴탈 페트롤리움(OXY) 1735만 주를 추가 매수했어요.

반면에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인 TSMC 주식은 갖고 있던 829만 주 전량을 매도했어요. 은행 주식으로는 US 뱅크(USB)와 뉴욕멜론은행(BK) 역시 마찬가지로 전량 매도 처분되었고요.

출처: 미 SEC Edgar 內 BERKSHIRE HATHAWAY INC 공시 목록 *천 단위 이하 주식 수 생략

달리오: 경기 침체? 글쎄…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가 13F에 공시한 내역을 보면 신흥국 ETF(IEMG)는 물론, 알파벳(GOOGL), 마이크로소프트(MSFT), 메타플랫폼즈(META) 같은 빅테크, 그리고 비자(V), 마스터카드(MA), 페이팔(PYPL) 등 결제 수단의 비중을 높였어요.

반대로 필수 소비재 기업으로 꼽히는 미국 최대 대형마트 체인 월마트(WMT), 중국 전자 상거래 업체 핀둬둬(PDD) 등의 비중은 크게 낮췄죠.

출처: 미 SEC Edgar 內 Bridgewater Associates, LP 공시 목록

👉 Editor’s comment
핀둬둬(Pinduoduo)

알리바바, 징둥과 함께 중국 3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꼽히는 농업 중심 오픈 마켓 서비스 플랫폼.

13F로 드러난 속내

위에서 본 것과 같이 두 회사는 대체로 빅테크, 초대형 은행, 에너지 기업, 결제 수단 관련 주식을 매수했어요. 버크셔 해서웨이가 매수한 일본 상사들은 광산 및 가스전 탐사를 활발히 하고 있어 원자재 기업 투자로 볼 수도 있겠네요. 두 회사가 매도한 종목으로는 일반 지역 은행, 필수 소비재 성격의 할인점, 중국/대만 관련 종목 정도가 있고요.

에너지/원자재 기업 매수 사실을 통해 어떤 걸 알 수 있을까요? 원자재 강세 가능성(인플레이션 장기화)이 있다고 봤으니 고물가가 지속하는 환경을 버틸 만큼 수익성, 브랜드 가치, 그리고 시장 지위가 높은 기업들을 포트폴리오에 넣은 거죠.

필수 소비재 주식 매도는? 경기 침체 정도가 예상보다 덜할 거라는 예상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여요. 결제 수수료 수익이 충분히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서 결제 수단 관련 주식을 매수한 걸 보면 알 수 있죠. 중국/대만 주식의 대량 매도는 대만 분쟁이 심각해질 때 발생할 수 있는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조치로 볼 수 있고요.

지금까지 13F 공시에 나타난 기관들의 거래 내역을 살펴봤어요. 물론 한 달 반이라는 시차를 둔 보고 기간과 불충분한 거래 내역으로 인해 그 정보의 정확도 및 완성도는 떨어질 수 있어요.

그럼에도 13F는 실력 좋은 기관들의 거래 내역에서 인사이트를 유추, 그들이 최근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분명한 장점이 있어요. 이 정도면 분기마다 투자 대가들의 구매 영수증을 확인해야 할 이유로 충분해 보이죠?

아이작의 투자 이야기 핀트레터💌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