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상식, 이야기
치킨 3만 원 시대가 올까?
2023. 03. 22
📼 찌라시: 오프더레코드
주의, 주장이나 사물의 존재 가치 따위를 여러 사람에게 널리 전하거나 알리기 위해 만든 종이쪽지를 속되게 일러 ‘찌라시’라고 해요. 핀트 오리지널 시리즈 <찌라시: 오프더레코드>에서는 재테크를 둘러싼 찌라시의 시작과 끝을 알아봅니다.
내 돈 들어가는 투자인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함에도, 속칭 ‘찌라시’ 정보에 귀 기울이는 분들을 만나곤 해요. 데이터에 근거해 정확도를 높인 투자라야지 성공률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래저래 고물가에 대한 시그널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래야 하고요. 오늘은 이 질문을 두고 최근 주목받는 3040 경제학자 두 분과 이야기 나눴어요.
도움주신 분들
· 유혜미 교수(한양대 경제금융학부)
· 허준영 교수(서강대 경제학부)
사람들에게 선호하는 치킨을 물을 때 빠지지 않고 세 손가락 안에 이름을 올리는 브랜드가 있어요. 이 브랜드를 총괄하는 기업의 회장이 작년 이맘때 던진 발언이 한동안 이슈였어요.
“치킨 한 마리에 3만 원은 돼야 남는다“
업계를 잘 모르는 사람이 뱉은 말이었다면 그러려니 넘길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하필이면 우리나라 원로 치킨 프랜차이즈 수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많은 논란이 됐어요. 작년 초에 10여 개 치킨 브랜드의 프라이드 치킨 가격을 조사한 결과, 한 마리에 평균 1만 6천 원이었어요. 무려 2배에 달하는 금액이 적정 이윤을 남길 수 있는 판매 금액이라는 얘기였죠.
이에 대해 해당 브랜드에서는 원재료, 도계 비용, 조리비, 임대료, 인건비 등 그 나름의 근거를 댔음에도, 네티즌은 ‘남는 게 없으면 그냥 사업을 접어라’는 등 반감을 표출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런 고물가가 새로운 표준이 될 거라는 얘기는 바다 건너편에서도 들려오는 중이에요.
유혜미 교수(이하 유): 치킨값이 많이 올랐어요. 여기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는데요. 첫째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이 있겠고요. 둘째로는 세계적으로 곡물 가격이 많이 오른 탓이 커요. 우크라이나는 밀과 해바라기유를 수출하는 주요 생산국 중 하나인데, 전쟁이 발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해당 식료품값이 상승하는 원인을 제공했어요.
곡물 가격이 올랐다는 건 단순히 우리가 식량으로 섭취하는 밀가룻값이 오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곡물 사료를 먹이는 가축을 키우는 데 드는 비용 역시 올라간다는 뜻이기도 해요. 게다가 작년에 환율 영향으로 수입가도 오르면서 치킨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었어요. 결국 물가 상승은 우리나라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상황이었던 거죠.
일단 재화나 서비스 가격은 한번 오르면 잘 내리지 않는 경향을 보여요. 그 외에도 치킨값이 더 오를 수 있는 비용 인상 요인, 예를 들어 전기, 가스, 수도 요금의 인상이 올해 상반기 중 찾아올 것으로 예상해요. 국제 곡물 가격도 작년에 큰 폭으로 오른 상태를 유지하거나 더 오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요약하자면, 러-우 전쟁 장기화, 농작물 생산성 감소, 곡물 공급 위축 등의 요인으로 인해 치킨 가격 3만 원 시대가 찾아올 가능성도 있는 거예요.
허준영 교수(이하 허): 전 세계 많은 경제학자가 입을 모아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거라 얘기하고 있어요. JP모건은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더라도 2%대의 낮은 인플레이션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는데요.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으로 전 세계 경제가 구역화하는 거예요. 예전에는 오로지 경제학적인 관점에서만 접근, 생산비가 가장 저렴한 곳에서 공산품을 제조하는 게 상식에 가까운 거였는데요. 이제는 철학과 이념을 공유하는 어떤 구역 안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제약조건이 생긴 거죠.
자연히 생산 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요인입니다. 물가상승률이 예전과 같이 낮은 수준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둘째 이유는 러-우 전쟁과 같은 국지적인 전쟁이 전 세계 공급망에 굉장한 악영향을 끼쳐 생산비용 상승을 유도하기 때문이에요.
여기까지만 보면 지금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될 거란 건 자명한 사실로 보이는데요. 그렇다면 고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유: 우리나라의 최근 인플레이션 수준은 외환위기 당시 7.5%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요. 이는 미국 등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로 수십 년 만에 제일 큰 위기가 찾아왔다고 볼 수 있죠.
인플레이션이 경제에 미치는 가장 큰 단점은 채무자에게 유리한 상황이 벌어진다는 겁니다. 물가 상승은 실질적인 부를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해요. 우리는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행위를 거듭하면서 경제 활동을 하는데, 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빌려주거나 저축한 돈의 가치는 떨어지게 됩니다. 반면에 돈을 빌려 쓴 사람은 상대적으로 갚아야 할 돈이 적어지는 꼴이기에 이득을 보는 상황이 벌어지는 거예요.
이 간단한 이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인플레이션 시기에 돈을 모으고 빌려줌으로써 굳이 손해 보는 상황을 만들려 하지 않을 거란 거죠. 결국 모두가 대출을 꺼리는 상황이 될 텐데, 모든 투자는 대출과 함께 이뤄지잖아요. 대출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투자도 자연스레 축소되기에, 인플레이션이 오래가면 장기적으로 볼 때 경제 성장에 해악이 될 수 있습니다.
금은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고 안정성을 띠기에 대표적 안전자산이면서, 인플레이션을 헤지(Hedge)할 수 있는 자산으로 여겨져 왔어요. 실제로 재작년 3월에 1g당 6만 원대 초반이었던 금의 가격이 지금은 7만 원을 넘어섰어요.
최근에는 이러한 기존 인식과는 달리, 금이 물가 상승을 헤지하기 위한 자산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금의 변동성이 다른 자산 못지않다는 데이터 때문인데요. 지난 50년 동안 소비자물가지수 대비 금 가격 비율은 1~8.4를 오르내렸어요. 이는 다른 자산의 가격변동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이죠.
지금까지의 데이터로 볼 때 현재 금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투자 목적으로 금을 사는 건 적절치 않은 판단일 수 있어요. 그렇다면 어떤 투자가 고인플레이션 시기에 적합한 투자일까요?
허: 보통 경기가 좋지 않을 때 투자처로 달러나 금과 같은 안전자산을 생각하게 돼요. 미국의 올해 경기가 불황 쪽으로 기울 것이 예상되면서 금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는 중입니다. 그런데 금 자체가 원자재다 보니 가격 예측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투자 방식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하나는 가격결정력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중장기적으로 성장성을 가진 기업이나 산업에 투자하는 거예요. 고인플레이션이 물가가 급격히 오르는 상황을 뜻한다는 점에서 볼 때, 과연 모든 기업이 서비스나 재화의 가격을 올릴 수 있을까요?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를 잃지 않으면서 다른 기업에도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는 기업을 우리는 가격 결정력이 높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런 어려운 시기에도 특정 기업이나 산업은 혁신과 성장을 지속하고 있어요. 바로 이런 곳을 찾아 투자하는 것. 전체적으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버틸 수 있는 투자방식이에요.
유: 위기는 곧 기회입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금리 인상은 거의 끝에 다다른 상황이에요. 지금까지 형성된 높은 금리가 앞으로도 유지될 수는 있어도, 추가 금리 인상 폭은 굉장히 제한적이죠. 주식, 부동산 모두 저점에 가까워져 있는 건 물론, 채권에 투자하기에도 적합한 시기예요.
지금 채권을 산다면 거의 최상단에 도달한 금리에 따라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죠. 채권 가격과 수익률은 서로 반대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에서, 앞으로 금리는 지속하거나 하락할 일만 남았기에 채권 가격 역시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은 시간을 두고 생각하면서 저평가된 주식이나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는 것도 좋아요.
오늘은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여러 찌라시에 대해 알아봤어요. 물가 상승이 이어지고 경제가 불안정할수록 더 멀리 보는 투자가 중요해요. 특히 찌라시는 돈과 맞닿은 내용인데도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게 많죠.
따라서 이러한 불확실한 정보에 투자를 결정하기보다는,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합리적인 투자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게 좋아요. 보다 정확한 시각이 필요한 2023년 투자는 핀트와 함께 하세요.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준법감시인 심사필 제2023-059호(2023.03.22 ~ 202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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