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상식, 핀트레터
한국판 SVB? 새마을금고 이야기
2023. 07. 24
핀트레터 3줄 요약 ✍
1. 새마을금고에 뱅크런 위기가 번졌어요.
2. 정부와 은행의 신속한 개입으로 급한 불은 껐어요.
3. 여전히 남은 불씨가 다시금 위기로 몰고갈 수 있어요.
2021년까지 지속하던 저금리 기조는 그 다음해 들어 완전히 방향을 틀었어요. 그 여파로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며 미국 중소은행들에 뱅크런 위기가 퍼져나갔죠.
대서양 저편 유럽으로도 건너가 세계적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마저 위협했고요. 다행히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 UBS가 극적으로 인수하며 마무리되었지만요. 이번엔 이러한 뱅크런 위기가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했어요.
1963년 세워진 새마을금고는 우리가 알고 있는 시중은행과는 그 성격이 많이 다른 금융기관이에요. 은행은 아니면서 예금을 취급해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으로 분류되거든요.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60년간 공적자금이 투입된 적이 없을 정도로 운영 측면에서 건전한 모습을 유지해 왔어요.
총자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시중은행인 KB국민은행(총자산 510조 원)의 절반이 넘는 284조 원에 육박해요. 은행이 아닌 타 업계로 넓혀서 봐도 국내 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의 총자산 267조 원보다 많은 수준이죠. 이처럼 현금이 가장 큰 무기인 새마을금고에 갑자기 예금을 해지하려는 고객들이 몰려드는 사태가 벌어진 이유는 뭘까요?
기존 사업 방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사업체는 다른 비즈니스모델을 시도해 보곤 해요. 새마을금고 역시 기존에 돈 벌던 방식으로는 기대만큼 벌리지 않자 다른 방법을 택한 게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되었어요.
새마을금고는 채권의 안정성에 기댄 투자를 지속해 왔는데요. 잘 굴러가던 이 방식은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서서히 문제가 되기 시작했어요.
채권 중심의 투자로 인해 수익률이 악화한 거예요. 이 때문에 지금 새마을금고중앙회 대표직을 맡고 있는 박차훈 회장이 취임하던 2018년부터 이러한 사업구조를 싹 갈아엎게 돼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부터 기업금융, 사모펀드 출자 등 다소 공격적인 형태의 대체투자 비중을 늘려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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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일반적으로 큰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도시개발사업 등에서 컨소시엄이 은행 등 금융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뜻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업주의 신용도가 아니라,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향후 발생할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
최근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걸 보면 알 수 있듯, 잘 풀릴 줄만 알았던 부동산 시장은 침체기에 접어들었어요. 그러면서 건설업계 관련 대출의 연체율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게 되었죠.
3월부터 터져 나온 위기설로 상황이 점점 악화한 끝에,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6월 29일 기준 6.18%로 일반 시중은행 연체율 대비 무려 20배에 달하는 높은 수준의 연체율을 보이는 상황이에요. 신협, 농협 등 상호금융으로 넓혀 봐도 이들의 1분기 연체율 대비 2.5배를 넘는 수준이고요.
이같이 새마을금고의 치솟는 연체율로 인해 유동성 우려가 생기자, 7월 한 주 동안에만 5대 시중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정기예금에 약 8조 원의 돈이 몰렸어요. 예금 전액을 보장하는 우체국예금에도 1조 원 넘는 자금이 유입됐고요.
새마을금고에 불안을 느낀 예금주들이 돈을 보다 안전한 곳으로 옮긴 거예요. 이에 반해 5,000만 원까지만 예금을 보장하고 5대 은행보다 연체율이 높은 저축은행은 이 같은 새마을금고 ‘제공’ 반사이익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어요.
여전히 높은 숫자이긴 하지만, 6월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하락세로 돌아섰어요. 이에 더해 7월 들어 새마을금고의 감독을 맡고 있는 행정안전부에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과 함께 이번 위기에 합동 대처한다는 발표가 나왔고요.
그 내용을 보면, ‘7월 1~6일 중도해지한 새마을금고 고객의 예·적금에 대해 7월 14일까지 재예치를 신청하면 원금과 이자를 보장한다’는 게 골자예요. 그 결과, 지난 12일 오후 2시 기준으로 중도해지 예·적금 재예치 건수는 1만 2000건을 넘어섰고요. 금융당국의 이 같은 조치와 별도로, 시중은행에서도 유동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내놨어요.
5대 은행과 산업은행, 기업은행이 새마을금고와 환매조건부채권 매입 계약을 진행함으로써 총 6조 원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한 건데요.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새마을금고가 갖고 있는 상환준비금 등이 77조 3000억 원, 예금자 보호 준비금이 2조 6000억 원에 달해 자체적으로도 유동성 지원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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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매조건부채권(RP)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다시 매입하는 조건으로 채권을 매도함으로써 수요자가 단기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거래 방식.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의 일사불란한 조치 덕분에 새마을금고 뱅크런 위기라는 급한 불은 껐어요. 그래도 이번에 불거진 위기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니에요. 새마을금고가 2022년 11월부터 3개월 동안 모집한 연 5%대 이상의 1년 만기 예금에 몰린 돈만 20조 원에 달하기 때문이죠.
여기에 적절한 리스크 관리가 따르지 않는다면, 다시 올해 말을 기점으로 유동성 위기가 커질 수 있어요.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닌, 이번 위기를 계속 주시해야 하는 이유예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국내외 투자 이슈, 앞으로도 핀트레터가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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