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상식, 핀트레터
단기금리로 알 수 있는 것
2023. 04. 17
3월에 불거진 은행 파산 문제로 가장 큰 변동성을 보인 시장. 바로 단기금리 시장이에요. 이번 핀트레터에서는 실리콘밸리은행이 촉발한 연쇄 파산의 낌새를 엿볼 수 있었던 ‘단기금리 지표’에 대해 알아볼게요.
은행 문제가 나타난 이후 급락한 건 주가뿐만이 아니에요. 경기 침체를 예측할 때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2년물 국채 금리도 급락했어요. 단기금리 시장이 기대하는 올 연말 금리마저 순간적으로 170bp 떨어지며 매우 이례적인 변동성을 보이기도 했고요.
단기금리는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즉, 시장에서는 은행 문제 해결을 위해 연준이 조기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기대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죠. 한편, 단기금리에는 2년물 국채 금리 외에도 매우 다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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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물 국채 금리
향후 2년간의 시간가중평균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반영,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보다 먼저 움직이는 경향을 띰.
국채 금리 말고도 단기금리의 지표로 작용하는 금리들이 있어요. 주로 은행끼리 거래할 때 쓰이는 지표 금리로, 국가나 지역에 따라 다르고 기반으로 삼는 게 호가인지, 실제 거래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져요.
리보(LIBOR)는 은행 사이에서 일어나는 대출 거래에 쓰이던 대표적 금리예요. 런던 금융 시장에서 은행 간 대출에 쓰이는 금리를 뜻하죠. 런던이란 지명이 들어가지만, 미국 은행들도 공용으로 쓰던 금리예요.
또한 화폐 종류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데요. 달러화를 거래한다면 유로달러(Eurodollar), 엔화를 거래한다면 유로엔(Euroyen)으로 부르는 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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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LIBOR, London Inter-Bank Offered Rate)
국제금융시장인 런던에서 우량은행끼리 단기자금을 거래할 때 적용하는 금리. 주요 대형은행들이 다른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릴 경우 자금조달 금리 수준을 보고한 결과를 토대로, 상·하위 각각 25%를 제외하고 중간치 50%를 평균한 금리.
최근까지 쓰이던 리보는 현재 공식 지원이 종료되며 관련 금융 상품들이 참고하는 금리도 대체되는 중이에요. 멀쩡하게 쓰고 있던 금리를 바꾸는 덴 이유가 있겠죠?
주요 대형 은행들이 제출한 호가를 바탕으로 결정되는 리보를 담합하여 조작한 정황이 드러난 거예요. 은행끼리 돈 빌릴 때 쓰는 금리를 조작했으니, 일반 고객들이 원래 갚아야 할 돈보다 많은 돈을 갚을 수도 있었던 셈이에요. 2012년 터진 이 사건으로 인해 조작에 가담한 은행들은 최소 수억 달러의 벌금을 냈어요.
악용의 빌미를 제공한 설문 기반의 리보를 대체하기 위해, 세계 주요국은 실제 거래 금리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대체 지표 금리를 만들었어요. 미국 달러화에는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 영국 파운드화에는 SONIA(Sterling Over-Night Index Average), 유로화에는 ESTR(Euro Short Term Rate), 그리고 우리나라 원화에는 KOFR(Korea Overnight Financing Repo Rate)이 있어요.
더 나아가 지표 금리를 약간 섞어 쓰면 은행 문제를 보여주는 지표로도 쓸 수 있는데요. 위에서 소개한 SOFR 1일물, 3개월물 국채의 금리 차이(SOFR-T Bill Spread)가 이에 해당해요.
은행들이 사용할 금리와 미 국채 금리의 차이는 곧 은행 신용도를 반영하는 건 물론, 이 값이 커진다면 은행을 못 믿는다는 말이 되겠죠. 상대적으로 기간이 긴 국채 금리가 높은 게 정상적인 모습이고, SOFR은 1일, 국채는 3개월짜리 금리를 사용하니 평상시에는 스프레드 값이 음수여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아래 그래프를 보면 3월 8일부터 17일까지 1차 상승했어요. 이때는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하며 은행 문제가 불거진 시점. 이후 잠시 음수 값을 보였다가 22일부터 24일까지 2차 상승했고요. FOMC에서 금리 인상이 있었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은행예금 전액보증을 번복했다가 긴급회의를 소집한 시점이에요. 이 정도면 해당 지표가 제법 문제 상황을 잘 보여주는 셈이죠.
위 그래프에서는 값이 다시 내려가는 것으로 보이죠. 은행이 망했다는 후속 뉴스도 더 나오지 않고 있고요. 이로써 문제가 다 해결된 듯 보이지만, 어쩌면 이제 시작일지도 몰라요. 존망의 갈림길에서 살아난 은행들은 이번 사태에 경각심을 갖고 대출을 더 보수적으로 할 수 있어요. 이는 기업의 투자를 줄여 경기 침체의 원인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죠.
경기침체 해소를 위해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도 쉽진 않아요.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은데도 이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기준 금리를 내린다?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며,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 과정에 혼선을 빚을 수 있어요.
이번 레터에서는 은행들이 쓰는 단기금리와 은행 현황을 보여주는 지표를 다루었어요. 지난 은행 위기에서 단기금리 시장이 매우 심각한 변동성을 보였기에, 이 내용에 대해 더 깊이 알려드리고 싶었기 때문인데요.
이런 급격한 움직임에서는 누구라도 당황할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이럴 땐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아이작에게 맡겨 보세요.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준법감시인 심사필 제2023-077호(2023.04.12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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