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상식, 핀트레터
신용등급과 부동산
2023. 11. 28
지금 미국 대출금리는 8.5% 선을 유지하고 있어요. 높은 대출금리는 부동산 경기를 얼어붙게 만드는 요인인데요. 여기엔 지난 8월 있었던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이 큰 영향을 끼쳤어요. 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렸던 거예요.
다른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도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했고요.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이 나빠지면 투자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 금리가 높아지고, 이 중 대출 금리 인상은 부동산 전망을 악화시키기도 해요.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2008년 금융위기예요.
미국은 1970년대부터 높은 물가 상승률이 골칫덩어리였어요. 그러던 1979년, 훗날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는 수식어를 달게 되는 폴 볼커 제12대 연준 의장이 취임하면서 기준금리를 대폭 끌어올리게 돼요. 취임 2년이 채 되지 않아 10%P 이상 인상하며 금리를 20%까지 끌어올렸죠. 동시에 이러한 초고금리 정책은 미국 경제를 침체기로 이끌었고요.
한쪽에서 초강수로 물가를 잡는 동안, 1981년 취임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서서히 분위기 반전을 꾀했어요. 침체된 경제를 타개하기 위해 기존 규제를 손보기 시작했고, 여기엔 금융 규제 완화도 포함되어 있었어요.
금융 규제 완화 정책은 빌 클린턴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1999년, 글래스 스티걸 법이 폐지되면서 정점을 찍었어요. 또한 고금리 정책으로 인해 막대한 양의 돈이 월가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로비가 합법인 미국에서 월가는 이렇게 모인 돈으로 로비를 벌였고, 차츰 월가에 유리한 방향의 금융 정책이 입안되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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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 스티걸 법(Glass-Steagall Act.)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하는 법으로 은행이 고객의 예금을 바탕으로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거나 인수•합병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33년에 제정.
이후 9/11 테러가 발발하며 미국의 투자심리가 위축되자, 다시 경제 성장을 위해 미국은 기준금리를 6%대에서 1% 수준으로 낮추게 돼요. 돈이 풀리면서 자연스레 부동산은 호황을 맞았고, 앞서 설명한 막대한 양의 돈과 금융 정책의 조합으로 여러 가지 파생상품이 만들어졌어요.
파생상품은 기초자산을 이용해 만들어 낸 새로운 상품이에요. 여기서 MBS(Mortgage Backed Securities, 주택저당증권)는 주택저당채권(Mortgage)을 기초자산으로 만든 증권이고요. 집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데, 은행이 주택에 저당권을 설정한 대출채권을 주택저당채권이라고 부르고, 주택저당채권을 기초재산으로 하여 발행한 증권을 주택저당증권이라고 불러요.
은행이 이 채권을 수수료 마진을 남기면서 투자자에게 팔 수 있게 만든 게 바로 MBS가 되는 거죠. 집이 필요한 사람들은 대출로 손쉽게 집을 마련할 수 있고, 투자자들은 대출 기간에 은행으로부터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서로 윈-윈인 셈.
여기서 은행은 이런 생각을 해요. 수수료 수익을 키우려면 대출을 늘려야겠다! 이 생각은 당시 신용도가 낮은 히스패닉 혹은 이민자 계층에 대한 대출로까지 이어지면서 부실채권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부동산 호황에 끝이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한 결과였어요. 참고로 2008년 금융위기를 일컫는 또 다른 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신용도 낮은 사람에게 실행한 대출이 문제가 된 사태를 뜻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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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Subprime)
미국 금융기관은 주택담보대출 시 차입자의 신용도를 프라임(Prime), 알트에이(Alt-A), 그리고 서브프라임(Subprime)으로 분류. ‘최고의’, ‘뛰어난’ 등의 사전적 의미를 가진 프라임은 우량, 알트에이는 보통, 서브프라임은 비우량을 뜻함.
은행들은 MBS로 얻을 수 있는 수익에 그치지 않고, 사들인 MBS들을 묶어 새로운 파생상품을 만들었어요. 같은 MBS 탈을 썼지만, 그 안에서도 신용도에 따라 채권의 등급이 나뉘는데, 신용도 낮은 채권 사이에 안전한 금융상품을 섞어 신용등급을 높여 판 거예요. 부채담보부증권(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CDO)이 탄생하는 순간이죠.
CDO의 인기가 급물살을 타자 은행은 주담대에 박차를 가했어요. 돈 빌리는 사람의 신용은 중요하지 않은 상황이 되다 보니, 이 광풍이 절정에 달할 무렵에는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의 이름을 써내도 대출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하죠.
심지어 이런 CDO들을 모아 CDO-Squared라는 파생상품을 만들기도 했어요. 파생상품(MBS)의 파생상품(CDO)의 파생상품(CDO-squared)을 만든 셈이죠. 상품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수학자들도 상품 구조와 기대 수익률마저 예측하기 어려워졌어요.
약간 다른 개념이지만, 부동산 시장 하락에 베팅하는 파생상품인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부도스와프)도 이때 만들어져요. 주택담보대출로부터 비롯한 파생상품의 시장 규모는 2008년, 10조 달러에 육박했어요. 참고로 같은 해 미국 GDP가 약 15조 달러 정도였고요.
모기지를 기반으로 한 여러 파생상품이 매진에 매진을 거듭한 이유는 뭘까요? 바로 이런 증권들의 신용도가 높았기 때문이에요. 한 꺼풀 벗겨보면 부실채권으로 이루어진 상품이지만, 공신력 갖춘 신용평가기관에서 높은 신용도를 준다면 일반 투자자들은 믿을 수밖에 없겠죠.
여기서 3대 글로벌 신용평가사(Moody’s, Standard & Poor’s, Fitch)가 등장해요. 위에서 만들어진 여러 CDO에 제일 높은 등급인 AAA를 준 거예요. 2000년에는 아주 드물던 AAA 등급의 상품이 불과 6년 뒤인 2006년에는 4,000개 이상으로 급증했어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과 부동산 호황은 부실채권으로 탄생한 파생상품이 AAA 등급으로 둔갑하기에 아주 좋은 여건이 되어줬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투자은행, 보험사, 그리고 신용평가사들의 잔치에 경고등이 켜졌어요. 정점을 찍은 집값 탓에 부동산 거래가 줄어들자, 이번엔 집값이 내려가기 시작한 거예요. 대출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 고금리로 전환되면서 빚을 내 집 산 사람들은 이자조차 내기 버거워졌죠.
믿었던 집값마저 대출금 밑으로 떨어지자, 개인은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기에 이르러요. 개인의 채무불이행으로 대출원리금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이를 물고 있던 CDO, CDO-Squared는 금방 무너졌어요. 설마 하는 마음으로 CDS를 판매했던 보험사들도 한꺼번에 나타난 채무불이행 사태에 보험금 지급이 불가능해졌고요.
부동산 거품이 빠지자 미국은 기준금리를 0%로 고정하고, 파산 신청 회사들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어요. 파산을 신청한 회사 가운데에는 가장 많은 주택저당채권을 보유하고 있던 리먼 브러더스도 있었죠. 이후 미국은 양적완화 정책과 국유화 등의 조치로 침체기를 버텼어요. 이 사태는 영화 <빅쇼트>, <인사이드잡> 에서 비교적 자세히 묘사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어요.
그로부터 15년이나 지난 지금, 뉴스에서 ‘OO판 리먼 사태’, ‘제2의 리먼’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또다시 천문학적인 규모의 파산 사태는 나오지 않겠지만, 이처럼 미국과 중국의 부동산 이슈는 조금이라도 기미가 보이면 마치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듯 핫이슈로 떠오르곤 해요.
부정적인 이슈가 있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어요. 반대급부로 긍정적인 신호 역시 함께 나타나니까요. 지난주 발표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크게 둔화한 탓에, 다음달 FOMC회의에서도 기준금리가 동결될 거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에요(CME Fedwatch를 통해 분석한 11/24 현재 기준금리 동결 확률 99%). 이에 연말 미국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되는 중이고요.
올 상반기만 하더라도 금리 인상 우려 등으로 연말 미국 증시가 둔화할 거란 예상도 있었어요. 지금 미국 증시는 이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고요. 이러한 모멘텀을 볼 때 지금 미국 주식 투자를 고려해 보는 것도 좋아요. 이 과정에 시장 변동성을 모니터링하며 안전한 투자를 추구하는 AI 투자엔진 아이작과 함께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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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셈버앤컴퍼니 준법감시인 심사필 제2023-174호(2023.11.24 ~ 202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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